기업부설연구소를 직접 설립하면서 겪은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직접 준비해보면 세부적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 창업기업은 연구원 2명으로 설립 가능합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알아보시면 가장 먼저 나오는 조건이 연구전담요원 수입니다. 일반 기업은 최소 3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창업 초기 기업(창업일로부터 3년 이내)은 2명으로도 설립이 가능합니다. 저희도 이 요건 덕분에 연구소장 1명, 연구원 1명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2명으로 설립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회사 전체 인원이 2명이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4대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회사 전체 인원이 총 3명이어야 합니다.
즉, 연구원 2명 외에 연구원이 아닌 인력 1명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희의 경우 운영팀에 직원 1명이 있었기 때문에 총 3명(연구소장 + 연구원 + 운영팀 직원)으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연구 인력 2명만 채용된 상태로 신청했다면 반려됐을 겁니다. 준비하시는 분들은 꼭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직도에서도 이 구조가 명확하게 보여야 합니다. 저희는 대표 아래 운영팀과 기업부설연구소를 나란히 배치하고, 운영팀에 직원 1명, 연구소에 연구소장과 연구원을 각각 표기했습니다. 총원 3명이 조직도 내에 모두 보이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연구소 도면,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습니다

연구소 전용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공간의 도면을 제출해야 합니다. 저희 연구소는 가로 3M, 세로 1.7M, 면적 5.1제곱미터 규모의 독립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도면에는 공간의 크기와 함께 각 연구원의 자리, 성명, 직책이 모두 표기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별도 건물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무 공간 내에서 파티션 등으로 물리적으로 구분된 독립 구역이면 인정됩니다.
◆ 현판, 그냥 프린트해서 붙이면 안 됩니다

이건 저도 처음에 몰랐던 부분입니다. 연구소 입구에 현판을 붙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워드로 만들어서 프린트한 종이를 붙여놓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됩니다.
현판은 반드시 아크릴 판이나 금속판 등 내구성 있는 소재로 제작된 것이어야 합니다. 종이 출력물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소량 제작 가능한 아크릴 현판 업체를 찾으시면 크게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현판에는 회사명과 ‘기업부설연구소’ 문구가 명확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걸 놓치면 서류가 반려될 수 있으니 미리 제작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 창업 초기 기업이라면 연구 포트폴리오를 요청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저도 꽤 당황했던 부분입니다.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신청 시 일반적으로 연구 포트폴리오는 제출 서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창업 초기 기업이다 보니 담당자로부터 연구 포트폴리오(연구 노트) 제출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게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연구 역량을 추가로 증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요청이 올 줄 몰랐기 때문에 당시에 황급히 준비해야 했습니다. 연구과제명, 연구기간, 연구책임자, 기록자 등이 담긴 연구 노트 형식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작성해두시면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 필수 제출 서류 정리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반려되니 체크리스트처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① 인사발령장
연구소장과 연구원에 대한 인사발령장을 대표이사 명의로 발급하여 제출합니다.
② 임대차 계약서
연구소가 위치한 공간의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합니다. 계약서상 주소가 연구소 소재지와 일치해야 합니다.
③ 중소기업 확인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sminfo.mss.go.kr)에서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로 신청하면 보통 1~3일 이내에 발급되며 무료입니다. 최신 발급분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④ 학위증명서
연구원의 연구 자격을 증빙하는 서류로,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학사 이상 학위 보유자여야 하며, 정부24 또는 대학교 포털에서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이걸 빠뜨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니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⑤ 업종코드 확인 서류 (부가가치세증명원 또는 중소기업기준검토표)
이 부분이 저처럼 창업 초기인 분들이 특히 혼란스러워하시는 부분입니다.
사업 이력이 짧아 재무 실적이 없는 창업 초기 기업은 부가가치세증명원을 제출하면 됩니다. 업종 코드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로 활용됩니다.
반면 어느 정도 사업 실적이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기준검토표를 제출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기준검토표에는 반드시 세무사 직인이 찍혀 있어야 합니다. 세무사가 작성하고 날인한 공식 문서여야만 서류로 인정됩니다. 직인이 없으면 인정되지 않으니 세무사에게 처음부터 직인 날인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전반적인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KOITA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서류 검토 후 현장 실사를 거쳐 인정서를 받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깁니다.
연구원 2명으로 설립 가능하다는 말만 믿고 회사 인원을 2명으로만 구성하지 마실 것, 현판은 종이 출력물이 아닌 아크릴 소재로 제작할 것, 창업 초기 기업이라면 연구 포트폴리오 요청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둘 것, 중소기업기준검토표는 세무사 직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네 가지만 미리 알고 계셨다면 저처럼 중간에 당황하는 일은 없으셨을 겁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정부 R&D 사업 참여 자격 등 실질적인 혜택이 있습니다. 창업 초기라면 더더욱 챙겨두시면 좋은 제도이니,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